

현대인들의 일상과 심리를 세련된 필체로 세밀히 관찰하고 있는 소설집.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으나 실제로는 결핍되고 메마른 내면을 가진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외국인 여성을 세입자로 하여 살아가는 남자, 연상의 여인과 일탈을 감행하는 의료 보조기구 제작사, 심한 고소공포증으로 아내와의 여행조차 하지 못하는 남자 등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을 통해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들이 가상하는 ‘정상(正常)’이라는 것이 실상에서는 어디에도 없는 기준임을 전제로 정상적이지 못한 인물들이 정상을 추구하고, 보전하려는 노력들을 무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어투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젊은 시절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어떤 자리에서 몸부림쳤거나, 어른이 되어서 사회가 가진 제도(적 모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혁명’이나 ‘대의’와 같은, 지금의 그들이 짊어지고 가기에는 턱없이 무거운 것들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겉보기는 풍요로우나 결핍되고 메마른 내면을 가진 현대인들이 내뱉는 작은 고백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