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한 적 없는 이야기, 이야기하는 소설
"존재하지 않았던 사물과 행위에 대한 자유롭고 매혹적인 언어 놀이"
『검은 이야기 사슬』로 제12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영문의 장편소설. 작가는 어떤 면에서 무(無)를 쓰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에 대해 쓰면서, 그 자신이 결국 아무런 의미나 흔적도 남지 않는 글이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려는, 다른 각도에서, 다른 차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려는 노력을 통해 사실주의를 넘어서야 닿을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남자가 있다. 자신이 보고, 듣고, 여행하면서 생각한 것들, 그곳에 있었던 것들, 없었던 것들,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모르겠는 것들, 하지만 그것이 크게 상관없는 것들, 전혀 상관없는 것들, 그리고 글로 쓰기 쉽지도 어렵지도 가능하지도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기억하고 쓰는 남자.
『바셀린 붓다』는 이 한 남자의 이야기로, 분명한 구성이나 주제가 없는 글이다. 작가는 그 속에서 현실이 이러한 글들 속에 묘사된 것과는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실제로 내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또는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서'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글쓰기로 죽음과 구원, 존재의 퇴조 등 인간 본연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온 작가다. 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정영문은 1963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실린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1999년 『검은 이야기 사슬』로 12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검은 이야기 사슬』 『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꿈』 『목신의 어떤 오후』, 중편소설 『하품』 『중얼거리다』, 장편소설 『핏기 없는 독백』 『달에 홀린 광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페르마타』, 『복스』, 『돈 안 드는 마케팅』, 『미스터 에버릿의 비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4의 규칙』,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 『호박방』, 『에보니 타워』, 『젊은 사자들』,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 『존 싱어 사전트와 마담X의 추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