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의 쓴잔을 높이 들어라!
루저들에 의한, 루저들을 위한, 루저들의 당당한 건배!
백수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설가 구경미의 두번째 소설집.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곳의 사회적 현실을 아무런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백수들, 그리고 백수와 다를 바 없는 무력감과 패배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표제작인 「게으름을 죽여라」에서 할머니는 내가 하루에 열 통도 넘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걸 봤으면서도, 게으른 것도 병이라며 나를 ‘게으름치료센터’에 보낸다. 그곳에서 나는 부모에게 반항하다 격리된 미조와 부모를 무시하다 끌려온 동화를 만나 친해진다. 센터의 규율을 조금씩 어겨가며 ‘문제아’로 낙인찍힌 생활을 하던 그들은 체육관 근처에서 생일파티를 하다 체육관에 불을 내고 만다. 과실로 인한 화재는 그들의 착실하지 못했던 생활을 들먹이는 교장에 의해 방화로 둔갑하고, 둘은 몸수색을 당한 뒤 체육관에 감금되었지만 곧 사라져버린다.
작가는 그들이 이처럼 ‘바보같이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들을 곳곳에 흩뿌려놓는다. ‘평범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들을 모두 통과해야 하고, 그 선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누구나 ‘패배자’가 되는 현실. 이로써 양산된 무수한 패배자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우리의 부모들이고 친구들이고 자식들이며,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