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고, 미끄러지고, 흔들리면서도
쿨한 유머 한 조각과 함께 찾아가는 '또다른 삶'의 가능성!
고정된 소설문법에 매이지 않으며, 자기 정체성의 경계를 설정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그것을 넘어서려 시도하는 작가 강영숙의 세 번째 소설집.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에는 ‘사건’이 없다. 작품 속 공간들에서는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 않는다. 주로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특정되지 않은 공간 속에서 인물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도시’라는 공간 자체는 그러한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신의 ‘지루하고 권태로운’ 풍경 속으로 삼켜버린다.
이 불모의 세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끝없이 우울의 세계로 침잠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끌어내어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내디디려는 시도로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유머’이다. 그러나 배꼽을 쥐고 까르르 웃게 하는 식의 유머가 아니다. 세상의 우울을 함께 견디며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꾸고자 하는 “우울증적 유머의 세계”, 이것이 바로 작품속에서 우리가 조우하게 될 작가 강영숙의 세계이다.

단정한 듯하면서도 날선 문장, 무심한 어조로 삶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고통을 예리하게 파헤쳐온 소설가. 196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십대 때는 키가 크다는 이유로 배구와 넓이뛰기 등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로 활동했고 열네 살 때 서울로 이주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역회사 타이피스트로 일하다가 1988년에 소설을 쓰고 싶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8년 동안의 습작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영숙은 활동 초기부터 “소설 속 인물들의 발화점에 이른 긴장과 뜨거움과 위태로움이 독특한 미학을 이루며, 인간이 자기 안의 공동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를 마치 임상 보고서처럼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로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소설가 오정희)고 평가되는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또 “여성의 성과 육체를 문학적 사유의 매개체로 적극 활용하여 세계의 고통을 통각하고 재현하는 허구적 장소로 삼아 이 시대 새로운 여성성을 표현한 작가”(문학평론가 심진경)로도 평가받고 있다.
소설집으로는『흔들리다』와『날마다 축제』,『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를 펴냈으며 장편소설로『리나』를 펴냈다. 특히『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 문장 웹진(http://webzine.munjang.or.kr)에 장편소설『크리스마스에는 훌라를』을 연재했으며,『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ya.yes24.com)에 연재했다. ‘2008 Seoul Young Writer's Festival’,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2009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의 참여 작가로도 활동했으며 재단법인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