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레이트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일은 참으로 곤욕스럽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세를 놓기 위해 본채에서 슬레이트로 달아낸 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일은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한 여름의 불볕 속에서 선풍기도 없고 욕실도 없는 집에 스물 한 명이 고물고물 살아가는 일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 속에서 사랑도 꽃피고 사람 냄새나는 삶의 모습도 엿보인다. 시간이 흘러 가정을 이루고 사는 그 이후의 삶들도 슬레이트집에서 사는 것만큼이나 녹록하지 않는 삶이다. 소설가인 정은은 영악스러울 법한데도 순진하고 어떻게 보면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에겐 답답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