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일도 끝나갈 무렵이었다. 낮 동안 찌는 무더위로 인부들은 모두 지쳐 있었다. 재작년에 발견된 섭씨 육십오 도의 온천이 솟는 화곡 골짜기까지 이차선 도로 개설공사도 막바지에 이른 참이었다.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면 늘 그랬지만, 느린 일손을 보다 못한 십장이 일을 독려하느라 연방 이리저리 뛰며 악다구니를 퍼질렀다. 인부들은 들은 척도 않고 굼뜨게 움직이며 목줄을 뽑고 하늘만 힐끗거렸다. "신문에도 전원 구제한다고 크게 났으니 자네도 이젠 마음 잡아 마지막 학기를 마쳐야지. 마음만 먹는다면 창희가 자네 학비를 보탤 수도 있을 거야." "아저씨가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학비를 보태다니요? 전 대학 졸업장이 필요없어요. 노동하는 놈한테 무슨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요." "창희 어머니도 자넬 그렇게 생각하던 눈치던데, 시침떼기는." "어저씨도, 참. 제가 뭘 시침 뗀다 그래요?" "넌 언제 철이 들려는지"하곤 걷다 민후가 돌아보며 한마디했다."호작질을 끊은 모양이더니 오늘 편지왔담서?"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한씨가 그러더라." "오빠, 잠깐 기다려."창희 윗몸이 창에서 사라졌다. "오빠, 좀 잡아줘."어둠 속에서 창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에 젖은 호박잎의 물기가 발 등을 적셨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조금 저는 창희가 어두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민후는 철길로 들어섰다.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더위가 끈끈한 어둠 속에 풀려 있었다. 비 끝이면 시원한 느낌이 있는 법인데 찌는 더위로 보아 아무래도 밤사이 한 차례 더 소나기가 퍼부을 모양이었다. "한마디 말도 못 하는 오빠는 바보야. 평생 노동판에나 따라다닐 감정도 뭐도 없는, 정말 바보야!"창희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고함질렀다. 그 말이 섬뜩하여 민후는 걸음을 멈추고 창희를 비로소 마주보았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