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kio. 즉 ‘그'라는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이 인간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사각형의 방은 텅 비어 있다. 출입문도 창문도 없다. 방안은 온통 회색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정하면서도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그‘ 또한 밝은 부분이라고는 없이 온통 회색이며 유령처럼 보인다. 그는 벽에 대고 속삭이듯 호소한다. 일정한 형태가 없는 헐렁헐렁한 회색의 긴 옷을 입은 그는 마치 어떤 커다란 물체처럼 보인다. 그는 그림자도 없다. 그의 머리에는 회색보자기가 씌어져 있으며 얼굴 윗부분까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의 눈은 보이지 않으며 광대뼈와 코, 뾰족한 턱―회색돌로 조각한 듯한―만이 보인다. 그의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다. 그는 고개를 조금 쳐들고 딱딱하고 차갑게 마치 고용된 낭독자처럼 감정없이―그리고 엄숙하고 무미건조하게 ’운명의 책‘을 읽는다.